어린 초록 나뭇잎이 태양을 내리받아 깊은 녹색으로 변할 때쯤 되면 웬만한 사람들은 답답한 방구석을 박차고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집에서 멀지 않는 근교 산이라도 걷고 싶은 여행의 유혹에서 누구도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특히 작년에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올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요즘 날씨만 좋으면 어디든 박차고 나가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것이 이심전심이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서 하는 활동을 즐기기가 어렵게 되면서, 환풍이 필요 없는 산자락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할 수 있는 등산이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4월 북한산 등산객 수는 44만 9068만명으로, 이는 작년 동월 대비 무려 78%가 증가한 수라고 한다.
문제는 늘어나는 쓰레기이다.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발견되는 담배꽁초와 음식을 가져와서 먹고 버린 플라스틱 용기들, 페트병과 캔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까지 발견되고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지난 6월 30일 조계산 등 산속에 버려진 가전제품 및 생활 쓰레기를 총 70톤 수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단 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문객이 많은 공원, 해변가 어디를 가도 누군가의 안일한 무단투기로 방치되어 있는 쓰레기 더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2016년, 스웨덴에서 ‘플로깅’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플로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행동 자체가 환경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고, 달리다가 멈추어서 쓰레기를 줍는 자세가 대표적 하체 운동인 런지나 스쿼트 동작과 비슷해서 하체 근육을 키우는 효과도 탁월하다. 일반 조깅이나 등산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도 있다.
스웨덴의 피트니스 앱 ‘라이프섬’에 따르면 30분 동안 조깅을 했을 때 소모되는 칼로리는 평균 235칼로리이지만 같은 시간 동안 플로깅을 하는 경우 평균 288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플로깅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등산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자신이 한 선한 행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플로깅 인증샷을 남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유행이 퍼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북유럽 중심으로 확산이 되다가 2018년부터는 우리나라에도 플로깅 개념이 정착했다. 한국에서는 ‘줍다’와 ‘조깅’을 합쳐서 ‘줍깅’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더 나은 방향의 똑똑한 플로깅을 위해서는 플로깅의 본래의 목적이 환경보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비닐봉지와 위생장갑, 물티슈를 챙겨 플로깅을 나가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새로이 일회용품 사용을 늘린다면 환경 보호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능한 빨아서 재사용할 수 있는 장갑이나 집게, 손수건 등을 이용하면 좋다.
플로깅을 할 때는 일반 조깅 때보다 에너지 소모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짜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평소에 힘들어서 겨우겨우 완주하던 하이킹 코스로 플로깅을 간다면 어떨까? 쓰레기를 줍느라 앉았다 일어나길 반복하면서 체력이 더 많이 소진되니 코스를 완주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플로깅은 특별한 공간 제약 없이 공원, 동네 골목길 어디에서든 가능하니, 무리하지 않을 수 있는 장소와 코스를 골라 보자!
끝으로 플로깅을 마친 후 모은 쓰레기들은 그냥 묶어 버리지 말고 분리수거까지 해야 완벽한 플로깅이 완성된다는 점을 유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