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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Trend

신정애

일과 휴가가 만난다. 워케이션(worcation)을 아시나요?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 워케이션. 휴가지에서의 업무를 급여가 발생하는 것으로 텔레워크(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에 이어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근무형태이다.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워케이션은 사실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제도이다. 미국에서 워케이션이 확산됐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휴가가 유급이 아니라는 점이 원격 통신과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최근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워케이션은 노동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워케이션은 선진국 근로자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 활용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뉴욕을 포함해 대도시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워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는 나라에서 워케이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격무에 지친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근로환경 조성하고 제공하고 있다.

부족한 노동력과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다_일본의 워케이션 사례

최근 일본에서 노동력 부족으로 초래된 장 시간 노동 때문에 근로자들의 자살 사건이 잇 따라 일어나는 등 열악한 근로환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몇 년 전부터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간 시간 외 노동시간을 720시간으로 제한하고, 매월 휴일 근무시간을 포함해 10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일하는 방식 개혁안’이 2018년 6월 다수결로 가결, 통과되었다. 일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노동시장을 성과 위주로 재편하고자 노동기준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일본 내 워케이션의 대표적인 예로는 일본 항공(JAL)과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의 대형 부동산개발회사인 ‘미쓰비시 지쇼’가 와카야마현과 손잡고 자사 빌딩 입주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워케이션 사업’에 진출하는 등 일본 내 워케이션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미 워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에 비하면 국내의 워케이션은 다소 미비한 상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몇몇 공기업들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워케이션’을 포함한 ‘집중휴가’ 및 복장 자율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권장해 왔다.
KIST(한국과학기술원)은 몇 년 전부터 워케이션을 시행해오고 있는데, 2016년 7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워케이션을 도입해 실천해 왔다. 공식 위원회와 공식회의 등 일정을 잡지 않도록 유도해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일종의 직장문화로 직원 휴가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도록 장려한 것.

워케이션은 일도 아니고 휴가도 아니다?

또한 한국화학연구원과 ETRI, 한국건설연구원은 최소의 인원만 남기고 전 직원이 휴식기에 들어가는 ‘집중휴가제’를 5년 전부터 도입하고 있는데, 워케이션의 적극적인 활용이 절실하다는 의견과 달리 막상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제각각이다.

최초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일본에서 유행해 새로운 근무 트랜드로 각광받고 있는 워케이션.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직은 낯선 한국인과 달리 주 40시간을 근무하며 한 달 정도는 눈치 보지않고 휴가를 쓸 것 같은 미국인들은 실제 휴가를 얼마나 쓸까? 미국 근로자들은 지난해 23.2일의 유급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반면에 휴가를 다 쓰지 못한 근로자도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휴가를 다 쓰지 못하는 상황은 워케이션 보급에 상관없이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막상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바쁜 업무환경 속에서 워케이션이 최근 유행하는 워라벨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되려 휴가의 의미를 퇴색시킬지는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듯 하다.